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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 수출 감소의 이면: 지정학 이슈가 만들어낸 새로운 글로벌 질서

미국 기술 수출과 글로벌 지정학 관계

최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의 FRED(Federal Reserve Economic Data) 블로그에서 발표된 연구는 미국 기술 서비스 수출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짚었습니다. 2020-2022년 COVID-19 대유행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반등했던 기술 수출이 다시 하락세를 걷고 있다는 점은 기술 강국인 미국의 입장에서 심각한 경고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이 단순히 경제적인 요인만이 아닌 지정학적 특성(Geopolitical characteristics)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기술 서비스 수출 감소 추세의 배경과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경제적 동인과 지정학적 맥락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기술 수출 감소: 데이터가 말하는 현실

FRED 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기술 서비스 수출(로열티와 라이선스 수익 비중으로 측정된 항목)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 왔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는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수입하던 해외 시장들에서의 미국 기술에 대한 수요 감소를 반영합니다.

일례로 2011년 이후 미국의 기술 서비스 순수출(Net Export)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독립을 추구하는 EU, 중국 등 글로벌 경제 강국들의 전략적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과거 미국이 기술 혁신에서 글로벌 독점적 위치에 있었다면, 현재는 각국의 기술 투자와 자체 혁신이 그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쟁 심화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외교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지정학 요인이 기술 시장에 미치는 영향

지정학은 단순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정치 갈등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 질서를 흔드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연준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외교 및 정책적 우선순위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은 기술 서비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입에서 미국과 거래를 꺼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단순히 수출입 비율의 역동성을 넘어 기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은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목표로 자국 내 생산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주요 동맹국과의 기술 연합을 통해 자국산 기술 서비스의 시장 확보를 도모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가 환영하는 정책은 아닙니다. 일부 중립적인 국가들은 이런 연합에 큰 부담을 느끼며 미국 기술과의 거래를 줄이는 추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즉, 지정학적 갈등은 경제적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고, 이는 기술 서비스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말 그대로 '정치와 경제의 분리'라는 오래된 이상은 현대 글로벌 경제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COVID-19로 인한 반짝 반등, 그러나 지속되지 못한 이유

COVID-19 팬데믹 기간(2020-2022년) 동안 미국의 기술 수출은 잠시 반등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원격근무 및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미국 기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덕분입니다. 유럽 및 아시아 시장에서도 미국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 서비스의 사용량이 증가했으며, 이는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의 미극 의존성이 높아진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의 충격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이후, 각국은 다시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기술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EU는 자체 기술 산업의 온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을 강조하며 미국 기술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있습니다.


사례로 보는 기술 경쟁: 미국과 중국의 AI 전쟁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인공지능(AI) 기술 분야에서의 미국과 중국 간 경쟁입니다. 양국은 AI와 관련된 연구 및 상용화에서 세계 선두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예: OpenAI, Google 등)의 글로벌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형성하며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AI 기술은 군사,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며, 각국 정부는 이를 '주권의 문제'로 간주하고 기술 수입 및 협력에 있어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경쟁은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치를 약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기술 수출 감소가 시사하는 점

최종적으로, 미국의 기술 서비스 수출 감소는 단순한 수치 변동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 독점 시기의 종말과 함께, 각국이 글로벌 기술 시장에서 자립적인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술 수출 감소는 미국 기업들의 성장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미국 테크 기업에 의존하는 ETF나 테크 중심 포트폴리오의 경우, 이런 추세를 인지하고 다변화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일반 시민 입장에서도 중요합니다. 글로벌 기술의 파편화 현상은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선택권 및 품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정학 이슈와 기술의 미래

미국 기술 서비스 수출의 쇠퇴는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와 정치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글로벌 전략적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며, 개인 및 기업 모두의 행동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향후에는 이런 지정학적 요인의 증가가 글로벌 기술 시장의 분화를 더욱 가속화할 우려도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 현상을 이해하고 변화의 파동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흐름 속에서 유일하게 불변하는 사실은, 경제와 정치는 언제나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겠죠.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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